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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개발자 창업에 관한 글

Okky에서 어떤분이 단 댓글인데 읽어보고 너무 좋은 내용이라 혼자 보긴 아까워서 퍼왔습니다.




"회사입장에서는 내가 우리에 포함되는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 40 먹고도 못 깨닫는 개발자들이 많은데 빨리 깨달으셨네요.

전산업종은 개발자보다 영업이 위에 있지요. 솔루션이나 납품한 시스템이 대박이 나서 수 십억이 회사의 당좌에 입금될 때 사장과 임원, 영업은 자기 숟가락을 들고 회의실로 뛰어들어가 각자 수 천에서 수 억원의 성과급을 받아가거나 패키지가 팔릴 때마다 퍼센테이지로 돈을 몇 백씩 받아가는데, 개발자는 휴가 일주일이나 30만원짜리 기프트 카드 한 장이 전부입니다. 이건 사실상 실컷 먹고 남은 고기 찌꺼기나 던져주고, 시스템 개발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개발자들은 그 시스템 만들려고 온갖 업무현실의 장애물을 뛰어넘고, 온갖 문제해결방법과 기능아이디어를 강구해 제시하고, 경쟁사가 먼저 출시할까봐 검투사처럼 피 말리며 일했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건설업 잡부나 전투에서 노 젓는 죄수병사 격군과 개발자가 나은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업무나 월급은 잡부와 차이가 없는데, 전문성은 또 까다롭게 따지고 근무시간 또한 2배 가까이 하니까요.

저도 비슷한 경험 있는데, 제가 4년 동안 1억4천 저축할 동안 영업은 10억을 저축했고, 사장님은 30억을 벌어 나갔습니다. 사장과 영업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 대책도 없이 일만 벌여놓고, 원청 옥상 올라가서 시스템 구현이 안돼서 회사 망하게 생겼다고 콧물까지 흘리며 울부짓던 인간들이 싸질러놓은 똥은 제가 다 치웠는데, 결과적으로 저만 개털이죠.

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210/22c2687f6fd53ec724f0f607cd43aaa0.jpg 

어쩌겠습니까? 망하게 냅두고 사장은 사기죄로 구속되고 압류당하게 방치해야 하는 사업을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똥밭에 구르고 일요일 새벽까지 일해 살려줬으니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던 제가 자발적인 호구가 된 것이고 선택을 잘못한거죠. 

갈리아인이 로마 노예상인의 계략에 노예로 잡혔다고 신을 탓하는 것이 정당하겠습니까?

자기가 낚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쨌든 질문자 입장에서 차라리 범용개발자로 적당히 배우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받으면서 먹고살면 억울한 게 없을텐데, 그렇게 하자니 지금까지 배우고 쌓아놓은 기술과 경험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차별성 있는 인재들의 공통적인 속성입니다. 적당히 직장인으로 살자니 그동안 배워놓은 걸 사장시켜버릴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제가 예전부터 여러번 글을 적었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고용주는 절대 개발자와 이익을 나누지 않습니다. 고용주가 영업을 사업파트너나 측근 부하라고 생각한다면, 개발자는 짐꾼이나 철도놓는 철도노동자, 건축주가 바라보는 미장이나 잡부 정도 계층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쩌겠습니까? 꼬우면 내가 직접 건축주가 되어야지요.


이제 지루한 얘기는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 개시부터 서비스런칭까지 1년 이내의 중소규모 시스템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택시앱, 배달앱 같은 단순한 건 이미 시장을 장악했고, 그마저도 기술이 너무 만만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이 우후죽순 치고 들어와 이윤이 박한 시장입니다. 이제 그런 창업은 절대 성공 못합니다.

개발기간이 짧은 아이디어성 시스템 안됩니다. 지금도 시스템이 너무 넘쳐나고, 후발주자도 금방 쫓아옵니다.

적어도 후발주자들이 무턱대고 시스템 개발했다가 실패하면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게 손실을 볼 정도는 돼야 합니다. 노동원가로 따지면 적어도 6억, 납품가로 따지면 50~150억짜리 시스템은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알 거 다 알고 만들어본 유경력 개발자 3명이 copy&paste하듯이 일하고 디자인 1명 붙여서 1년은 밤낮없이 개발할 수준은 돼야 합니다. 말이 1년 개발이지, 결제 붙이고, 전화인증 연결하고 또 테스트 하고 버그잡고 그러다 보면 1년 6개월은 해야 합니다.

남 밑에서 일하라면 그렇게 못하지만 자기 일이고 자기가 다 먹을거니 그렇게 무리해도 됩니다.

경쟁자들의 경쟁의지, 후발주자들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어놔야 할 정도의 획기적이면서도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합니다.

실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2. 그럼 뭘 해야 하나?

IT는 사용하라고 읍소하고 빈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을 안 하면 죽을 지경이 돼서 오히려 사용자 입장에서 사용하게 해달라고 무릎꿇고 빌어야 성공합니다.

재미로 즐기는 시스템? 그런 걸 누군가 하자고 제안한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연 끊으세요. 게임조차도 이용자의 감정적 욕구와 도전성, 성취감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찾아서 하는거지 심심한데 할 게 없어서 시간 죽이려고 출시된 건 성공한 게 없습니다.

찾아보면 IT환경의 변화에 떠밀려서 아우성치다가 자포자기로 죽어가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잘 찾아보시면 괜찮은 아이템이 몇 개 보입니다.


3. 시스템의 구성은 어떻게?

백엔드 + 웹 + 앱이 기본입니다.

앱만 해야지? 웹만 해야지? 백엔드만 해서 어떻게 설득해봐야지? 안 됩니다.

그런 건 대기업들이 시장지위 남용을 통해 상대적 약자들에게 압력을 넣어서 할 수나 있는 일입니다.

될 건 다 돼야 합니다. 수준도 높아야 하고요. 뭐는 되고 뭐는 안되고, 가끔 에러가 튀어나온다? 절대 안 됩니다.

들어오면 그 시스템 안에서 전부 해결하고 자기 볼 일 보러 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시스템에 기웃거리게 만들면 절대 안 됩니다.

비중과 개발기간은 백엔드 7, 프론트웹1, 앱1로 잡으시고, 나머지 1은 런칭작업 준비해야 합니다. 시간 꽤 걸립니다.

이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프론트웹이 중요하면 프론트웹을 먼저 파일럿프로젝트로 진행해 구색을 갖추어놓고 백엔드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기획은 막막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처음부터 3가지 다 해놔야 합니다.


4. 자본은 어느정도?

상황에 따라 다른데,

1) 이미 1인창업 형태로, 업무와 시스템을 100%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시스템의 핵심백엔드를 100% 만들어놓은 상태인 경우(그래도 막상 기능 붙이다보면 모자란 부분도 나와서 갈아엎게 되고 버그도 우르르 쏟아져 나옵니다.)는 혼자 일하니까 2년은 개발해야 합니다. 여기서 생활비를 월50정도 소비한다고 생각하면 일 년에 600정도 소모합니다. 그 이후 시점부터 자본을 투입일 해서 이어받아 나눠 일할 개발자와 디자이너 고용이 필요한데, 협업 때문에 사무실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무보증 원룸이라도 얻어야 합니다.

막판에 디자이너 2개월 잠깐 고용하고 월급 300 * 2 = 600 지불한다 치고, 개발자는 상시 고용해야 하니 쉬운 것만 시킨다고 해도 월230(연3,000) 지급해야 합니다.

내 1년치 생활비 600 + (내 1년치 생활비600 + 디자이너 2개월 600 + 일반개발자230(연3,000) + 사무실 월세/관리비 50(연500) + 기타 인증서비스 보증금 등

그리고 지속적 기능추가와 유지보수하면서 이용자 모으면서 버티기, 최소한 2년. B2C의 경우는 영업비도 무시 못합니다. 차비나 기름값이 상당하게 깨집니다.

그러려면 2억은 필요합니다.

2) 업무지식도 없고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겠다? 업무지식 없으면 시도하지 마세요. 업무 익히면서 개발하며 기본 프로토타입 잡는 데에만 2년 가까이 걸립니다.(제안작업을 해오던 제가 그랬습니다. 업무를 모르니 기획도 안 나오고 화면도 안 나옵니다.) 그 사이에 경쟁자들 이미 서비스 런칭 준비합니다. 업무도 개발기술만큼 비중이 큰 기술입니다. 처음부터 유경력자 사람 사서 개발 진행해 런칭까지 하려면 그 기간동안 6억은 있어야 합니다.


5. 선택의 문제, 그리고 속도의 중요성.

시스템 개발은 오래 걸리면 안 됩니다. 1개월이라도 빨리 할 수 있으면 빨리 해야 합니다. 돈 나가는 것보다 시간 죽이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 장기간 동안 서비스 출시가 안되면, 지켜보던 다른 경쟁자들이 눈치없이 시스템런칭을 시작합니다. 경쟁자들이 런칭하기 전에 빨리 시장을 장악해서, 런칭조차 시도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경쟁자들이 많아지면 런칭이 된다 한들 시스템을 이용하는 이용자들만 좋지, 시스템 제공자는 적자에 죽을 맛입니다.

2년 걸릴 거 인력을 배로 투입해서 1년6개월에 할 수 있다면 차라리 그걸 선택하세요.

자기 일이니까 모든 에너지와 역량을 다 쏟아부으세요. 대기업 가서 밤새 일하는 사람들보다 빨리 해서 내놔야 합니다.

80억 투입해서 고만고만한 개발자들 5~10명이 3년 내내 매달려서 개발하는 거, 5억 투입해서 잘하는 개발자 2~3명이 매달려서 2년 안에 개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6. 시스템은 간소하게, 그러나 될 것은 다 되도록.

나름 자부심 가진다는 개발자들 보면 너무 정밀도의 완벽을 추구하는 데에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합니다. 저 역시도 개발자 출신이다보니 그런 경향이 있는데, 정밀도의 완벽은 이용자 인터페이스가 아닌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데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분 단위 계산으로 충분한 시스템을 초단위 계산으로 정밀도를 높이면 고작 분에서 초로 정밀도를 높였을 뿐인데 난이도가 말도 못하는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정밀도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업을 하는거지 개발숙제를 하는 게 아닙니다.


7. 영업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일단 사용하게는 해야 그 사람들이 선택을 하지 존재조차 모른다면 그 시스템은 아무리 좋아도 실패합니다. 영업비가 없으면 직접 돌아다니든지 일일이 링크 달아서 이메일을 쓰든지 노동을 해야 합니다.

영업 없이 시스템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8. 시스템은 항상 돈을 생각하고 만들어야 합니다.

돈이 안 되는 시스템은 이용자가 모여도 돈이 안됩니다. 심지어 쉽게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는 업종이다? 100% 망합니다.

사업을 하는거지 재미로 하는 게 아닙니다.


9. 리더가 있어야 합니다.

사람 모아놓고 월급 주면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할거다?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 개발자들도 적당히 하고 월급 받으려는 사람도 있고, 남이 시키는 일만 철저하게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친구와 친분있는 개발자를 여럿 알지만 수준도 안되는 주제에 트집 잡으면서 대들고, 상대 만만하면 돈 주고 내리는 정당한 말은 안들으면서 대기업 담당자가 강요하는 초과근로는 새벽까지도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 같이 일하고 싶은 인간들은 없습니다. 개발자들 80%는 그렇습니다.

자발적으로 일을 찾아 하는 개발자를 만난다는 것은 사실 천운입니다. 이런 개발자를 만나면 열심히 안해도 7억짜리 인서울 아파트가 생기고 3,800CC짜리 대형승용차에 현금 20억이 생깁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천운입니다.

분명한 것은 리더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없으면 절대 전진하지 못합니다는 점입니다.


10. 지분 빵빵하게 준다고 사람 안 옵니다.

아니 못 옵니다. 경력직 개발자들조차도 95% 이상이 현금자산 1억도 없는 일반적인 직장인입니다. 월급 280~320 받던 가난뱅이 월급쟁이들이 어떻게 스타트업에 무보수로 참여하겠습니까? 당장 2개월만 월급이 없어도 카드값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심지어 시스템까지 혼자 다 만들어서 준비해놓고 지분30% 줄테니 1년만 함께 일해서 결과 보자고 해도 절대 안 옵니다. 차라리 지분을 많이 줄이더라도 최터임금 생활비라도 지급해야 합니다.

지분을 못 주면 월급을 다 줘야 하고, 월급을 다 못주면 지분을 주는 등 유혹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가 호되게 혼났습니다. 이 부분을 간과하시면 결국엔 그만큼 노동을 더 하시게 되고 서비스 런칭도 그만큼 뒤로 밀리게 됩니다.


11. 친구나 지인, 이전회사 직원을 유혹하겠다? 시도하지 마세요.

이런 걸 시도해본 순간 아마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누구도 당신의 사업이 성공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작은 작업에도 누구도 협조 안 합니다.

오히려 성공의 기미가 보이는 놀라운 일이생기면 주변인이 잘 되는 게 아니꼬와서 실패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생깁니다.

혹시라도 시작부터 이런 도움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신다면 사업 자체에 큰 실패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누구도 사업이 성공한다고 믿는 사람이 없어야 블루오션이 생기는 겁니다.

주변인들이 글쓴이의 사업아이템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12. 투자를 받는다? 기대하지 마세요.

돈을 가진 사람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면서도 쓰는 데에는 인색하기 때문에 돈을 모은 겁니다.

투자는 이미 시스템이 런칭되고 이용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오는 성공한 사업에만 들어옵니다.

돈이 쫄릴 때 투자를 받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이미 그 사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일이 있어선 안되겠지만, 돈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이라도 차라리 기능 외주 맡겨놓고 프리랜서 뛰러 다니세요. 그게 차선입니다.


13. 사무실은 최대한 저렴하고 가까운 곳으로

처음 창업하시는 분들이 많이 실수하는데, 사무실은 치안만 좋으면 최대한 저렴하고 가까운 곳으로 잡아야 합니다.

절대로 집에서 일하지 마세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18세기 유교사상과 20세기 제조업 마인드가 버젓이 횡행하는 국가입니다. 판사,변호사,의사 아닌 이상, 책상 앉아서 땀 흘리지 않고 일하면 쉽게 배워서 쉬운 일 하는 줄 압니다. 경쟁자들은 계속 기능을 추가하고 런칭을 하며 진격하고 있는데, 계속 집안일을 거들게 되고, 그러면 나는 아까운 시간을 계속 죽이게 되겠지요.

부모에게 불효자가 되고, 주변 친지들에게 나쁜놈이 되는 것을 서슴치 않아야 합니다.

특히 자동화와 온라인마켓으로 인하여 유통업체들이 곡소리가 나는 2000년대에, 마인드가 1980년대 노예마인드에 머물러서 '취업해서 안정적이고 편하게 일하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물정문맹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는 철저하게 무시해야 합니다. 그 노예들은 친지도 아닌 노예들일 뿐입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것들이 남의 능력을 확인한 적도 없으면서 근거없이 단정해서 폄하하고 주제넘는 훈수질을 합니다. 그 사람들도 퇴직하고 나면 과거와 다르고 냉혹하게 변화한 세상에 무척 당황합니다. 그런 것들과는 연을 끊으세요.


14. 보안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특히 ERD, API, 로우데이터는 절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써야 합니다.

중간에 이탈하는 개발자를 욕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가고 싶게 처우했으니 이탈하는 겁니다.

사람 미래 모릅니다. 대외비는 소수 핵심인력들만 알아야 합니다. 보안은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출처는 Okky의 baltasar님의 댓글이고 URL은  https://okky.kr/article/527381 입니다.